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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 by june
2008년 03월 25일

커뮤니케이션이란 일련의 오해의 연속이라
기본적으로 이 글은 제 아이들에게 보이려고 올린 글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뒷담화가 되고 보니 비겁한 것 같아
사실 별내용도 없고 썩 내키지도 않지만 핑백을 보내긴 하는데
혹시 핑백으로 오신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덧글을 다시더라도 답글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전 덧글이나 답글을 달기 전에 그 사람의 블로그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거나
적어도 1,2년 이상 지켜본 후가 아니면 달지 않습니다. 못 답니다.
주인이 그러니 손들도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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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에 대한 존폐 논란의 이론적 근거에 대한 생각

낚인 대목은 이거였어.

사형 제도에 대해서 법조인들의 찬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 의견은 시민단체와 교정위원(그러니까 범죄자들을 교화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정위원들의 사형반대가 왜 높을까. 문득 예전에 읽은 글들이 생각이 났다.
사형을 집행해야했던 교도관의 글이었지. 그래서 덧글 한번 달아봤다.

사형집행인이 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형집행인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약물투여 등으로 사형방법이 변해왔고 공갈버튼등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만 악몽에 시달렸고 더 무서운건 갈수록 사형집행에 무감각해지는 자신을 보는 거라고 했습니다. 끔찍한 글이었어요.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나오더라?

비밀글2 / 당연히 끔찍한 일이죠.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아픔을 피해자 가족들이 받고 있다는 점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누가 아니래? 나에게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감안하라네?...
그것에 더해서 교도관의 아픔까지 감안이 태산인 사람에게.
뭔가 꼬이고 있다 싶었지만 '더 큰 아픔' 이란 단어에 발칵했다.


더 큰 아픔을 가진 사람을 위해서 어쨌든 살인에 무심해져라?
저로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말씀이시네요.



비밀글 / 저는 사형을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마 서로 다른 용어 정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답이 될 이야기를 위에 포스팅했으니 한번 읽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참으로 이해 못하겠다는 감동적인 글을 썼더라.
마지막 문장.

그렇다면 우리는 1987년 6월의 승리를 가져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권인숙 성고문, 박종철 고문치사, 이한열의 죽음이 사람들 가슴 속에서 아프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런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때 다같이 아팠고, 다같이 80년 광주의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모두 희생자였고 다시는 그런 희생이 없기를 바라는 피해자의 가족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감정은 사치고 낭비고, 인권에 위배되는 나쁜 것인가요?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그 살인자에게 정의를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단지 함무라비 시대의 "복수"에 불과한 것일까요? 저는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으니 그냥 감옥살이시키는 걸로 만족하라고요? 그 사람을 죽이면 너도 살인자가 되는 것이라고요? 저는 참으로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사람은 인종차별주의자고 남녀차별주의자고 고문에도 찬성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이 깊은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좀 생뚱맞고 우습긴 했지만 깊은 고민까지 하셨다니 내가 뭘 알겠냐싶어 넘어갔다.
내가 궁금한 건 딱 하나 뿐이었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없는 국가를 대신해
사형을 참관하고 집행해야했던 교도관들의 심정과 인권말이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분노하는 것과 내손으로 가해자를 죽이는 것은 다르지.
내가 하기싫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남에게 시킬수도 없지않겠냐.

저의 의문은 간단해요.
초록불님은 사형장의 줄을 당기실 수 있습니까?
혹시 아내분에게 물어봐주시겠습니까?
처죽여도 시원찮을 사형수이고 버튼만 누르는 아주 간단한 일인데 할 수 있겠느냐구요.
정말 궁금해서 묻는겁니다.



비밀글1 / 전혀 제 글을 이해하지 못하셨군요. 되도록이면 천천히 씹어가면서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시면 님과 저 사이에 넘사벽이 있는 것이라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는 사람은 소를 도살해봐야 하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헉, 이건 무슨 소릴까... 사형을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더니... 에이 설마.


아,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나이도 비슷한 것같고 쓰시는 글도 공감이가서 가끔 왔었는데 사형제 얘기는 좀 의외였습니다.
단순하게 남녀의 차이인가 궁금했을 뿐이에요.

덧글들보니 괜한 걱정에 호기심이었고 제가 이상한 사람인걸 알겠습니다.
대부분은 흔쾌히 자진해서 버튼을 누르고도 남겠는걸요? (비꼬는 거 아닙니다.)

그런데 한가지 신기한 건 다들 피해자의 입장에서 분노하시네요.
블로그엔 여자들 사진 올려놓고 로리만세 누님만세 하악하악거리면서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중엔 가해자가 전혀 생기지 않을 것처럼.

아, 전 살려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죽음은 순간이지만 산다는 건 자체가 고통이고 지옥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만 명중에 단 한명이라도 교화한다면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어머니에게 돌려줘야죠.
가해자 어머니의 회한이 너무 커서 두고두고 두들겨패고 욕이라도 할 수 있게.
이미 죽은 자식을 어쩌진 못할 거 같거든요.
이런것도 너무 가식적인건가?
쓸데없는 궁금증도 많고 걱정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글이 짧아서 오해를 샀나보다 싶어 길게 썼는데 써봐도 별 수 없네요.
이해못해 죄송하달 밖에. --;



주인장 글과 줄줄이 덧글들을 보니 정말 이승이 지옥이구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
낯설고 폭력적인 일상의 역사라더니만. 그래도 진짜 궁금하다.
군말없이 사형집행 버튼을 누르라고 한다면 눌러야하나, 누를 수 있을까?
그나저나 모처럼 노는 날 참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거 아니냐. 거참...


사형에 관한 대담 - 1975년 (에코 vs 렌초)


움베르토 에코, '포스트 모던인가 새로운 중세인가' (새물결)1993, p252- 259
사형에 대한 대담 전문.
즐독!


에코: 오 렌초 트라마글리노.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 보이는데요. 질서와 법에 의한 평화의 시기에 당신의 평온한 현존재를 그렇게 짓누르는 것이 무엇인지요? 혹 당신의 아내 루치아가 요새 사람들이 '여성운동'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욕망에 자극받아 임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당신에게 신방에서 잠자리를 같이 하는 일을 거부하기라도 합니까? 아니면 그 착한 엄마 아네세가 어린자식들의 뺨에 너무 정열적으로 키스를 퍼부어 애들의 뇌리에 무의식적으로 남아있던 것을 일깨워 애들을 너무 응석받이로 만들거나 '너무 엄마만 찾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라도 하고 계신 겁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앗체카가르부글리 박사가 (피피쿠스 박사. 사건브로커 박사라고도 불리고 왜 법률을 견강부회해서 먹고 사는 작자 말입니다.) 당신에게 정당들간의 분쟁에서 무슨 '병렬적 수렴'이라도 이루어지고 있어, 당신이 공적인 일에 개입하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벼러왔던 일이 무용지물이라도 되었다고 얘기 합디까? 또는 그도 아니면 마지막으로 돈 로드리고가 '수입누진세'를 집행해, 돈이라는 돈은 모두 북부 이탈리아의 베르가모시 은행에 대체거래를 하고 있는 무명씨에게 지불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내라고 강요합디까?


렌초: 오 사려깊은 방문객이여, '그 노인네'가 저를 짓누르는군요. 그 노인네는 지금 비슷한 사람들과 패거리를 조직해, 파렴치한 폭주광들과 함께 한참 어린 소녀들을 겁탈하고 있습니다. 제법 많은 몸값을 짜낼 수 있다고 나름대로 계산한 다음 실제로 그럿을 다 받아내고도 조금도 주저않고 그 소녀를 잔인하게 죽여버리고 말았죠. 그리고 스타킹으로 얼굴을 가리고 성실한 사람들이 자산을 저금해 두고 있는 곳에 침입해 강탈과 약탈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인질을 끌고 가 이미 오랜 전에 난잡한 범죄행위의 무대가 되어버린 우리 도시들을 공포에 떨게하고 있습니다. 용감한 시민들조차 이들 앞에서는 벌벌 떨고 있습니다. 방범대원들도 그러한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그저 널리 만연되어 가고만 있는 이러한 범죄행위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선하고 정직한 사람들은 벌벌 떨며, 도대체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을 어디로 끌고갈지 아주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그래도 온화하고 유쾌한 기분을 잃지 않고 있는 저조차도, 이 나라의 위대한 사상가, 즉 국가 자신은 법적으로 사형제도를 존속시키고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남을 죽이는 일을 그만두라고 가르쳐 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점을 정말 설득력 있게 증명해 보인 법학자 벡카리아의 명제를 대변해온 저조차도 갈피를 못잡겠는걸요. 그리고 그처럼 잔혹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을 보호하고 그처럼 약한 범죄를 저지르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다시 사형제도를 도입할 때가 아닌가 하고 자문을 하게 되는군요.


에코: 무슨 이야기인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군요. 아주 어린 소녀를 사랑하는 부모로부터 강탈해가는 그처럼 무시무시한 범죄행위에 직면해 응징하고 말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고 또 극단적인 보호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거이야 인지상정이겠교. 저 또한 아버지이기 때문에 가끔 만약 내 아들이 미지의 유괴범에 의해 살해되는 경우,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기 전에 그를 잡았다면 무엇을 해야할까 하고 자문해 보곤하죠.


렌초: 그럴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에코: 마음 내키는대로 하자면야 그를 죽여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겠죠. 하지만 스스로를 억제하여, 그렇게 하기 전에 그에게 오랫동안 고문을 가하는 것이 미칠듯한 저의가슴을 가라앉히는 데 훨씬 더 적절하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할테죠. 저는 그를 안전한 장소에 데리고 가 즉시 그의 고환을 거덜내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동양의 무시무시한 몇몇 민족이 한다는 것처럼 조그만 막대기의 쪼개진 틈에 넣어 손톱을 뽑아버리고 말겁니다. 그런 다음에는 귀를 찢어내고 백열전선을 갖고 머리를 고문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피와 증오로 목욕을 한 다음에도 진정되지 않을 제가슴은 여전히 야만스런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테죠. 하지만 제 영혼이 결코 전과 같은 평온함과 원만함을 회복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니까 그저 이 모든 것이 운명이려니 하고 따르겠죠.


렌초: 그러니까 그런 경우.....


에코: 에, 잠깐만요. 그런 후에 곧 저는 법의 보호를 요청하겠죠. 하지만 법에 따라 저는 곧 투옥되고 본보기로 처벌되겠죠. 왜냐하면 결과적으로는 저도 범죄를 저지른 셈이니까요. 즉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살인행위를 한 셈이죠. 하지만 갑자기 아이를 강탈당한 아버지의 고통과 광기는 별반 차이가 없기에 이것만으로도 분명히 관용을 베풀어줄만한 근거로 충분하기 때문에 특별히 관용을 베풀어 줄 것을 청원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결코 국가에게 나의 입장이 되어 보라고는 요구할 순 없는 노릇일 텐데요. 왜냐하면 국가는 충족시켜야 할 격정이라고는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며, 어떤 경우든 사람을 죽이는 것은 나쁘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가는 결코 사람을 죽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사람을 죽일 수는 없죠.


렌초: 저도 그러한 논쟁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의심 많은 사람들은 다시 사형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폭력적인 지배의 시대를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질서란 테러라고 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며칠 전에 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잡지 중에 하나에서 엄밀함을 자랑하는 한 철학자의 아주 설득력있는 장문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 철학자는 요즈음 회자되고 있는 모든 찬반론을 적절하게 숙고한 다음 결론 부분에서 섬세한 대비를 통해 이처럼 너무나 중대한 범죄행위에 직면하여 시민들을 안정시키고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권위를 동원하여 최고형을 집행할 수 있는 법을 부활시켜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가 보기에도 사형제도는 적어도 다른 범죄자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히도록 만듦으로써 제한효과는 가져올 것 같습니다. 현대의 감옥은 교화하는 장소와는 거리가 멀며, 탈옥도 쉽고 또 더 이상 그 어떤 살인자의 손도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없는 게 사실아닙니까?


에코: 저도 그러한 논지에 대해 들어 알고 있습니다. 모든 논지가 정말 설득력 있어 보이더군요. 하지만 아마 당신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철학자, 즉 사형제도의 재도입을 옹호한 사상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시는군요. 칸트라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인간을 항상 오직 목적으로 대해야 하며 결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되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렌초: 정말 고귀한 사상이죠......


에코: 잠깐만요. 만약 내가 힌츠를 죽여 쿤츠에게 경고를 삼고자 하는 경우 나는 쿤츠를 겁주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혹시 저지를지 모르는 살인욕을 억누르기 위해 힌츠를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힌츠를 쿤츠를 위한 메세지로 이용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면 왜 아돌프를 위한 비누를 생산하기 위해 사뮤엘을 이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단 말입니까?


렌초: 하지만 거기에는 차이가 있죠. 힌츠는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으며, 따라서 그가 저지른 범죄와 동일한 벌을 가하는 것은 아주 정당하죠. 물론 복수가 아니라 정의는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요. 사뮤엘은 아무런 죄도 없어요. 하지만 힌츠는 그렇지 않아요.


에코: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더 이상 쿤츠에게 경고하기 위해 힌츠를 죽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힌츠가 다른 사람에게 수많은 고통을 주었듯이 그에게도 수많은 고통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렌초: 두 가지 다라고 할 수 있죠. 저는 힌츠를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 그가 일단 범죄를 저지른 후에 자기목적으로 간주될 궈리를 상실한 이상 그는 죽음으로써 다른 죽음을 저지해야 하며 또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저지른 것과 똑같은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국가는 엄격한 법적용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동태복수법(고대형법상의 형벌로 피해자가 받은 것과 같은 똑같은 것을 가해자에게 과하는 형벌)의 원리에 따라 추상적이고 엄격하며 준수할만한 충분한 품위를 갖춘 징벌제도를 사용하는 것,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복수하는 것이 유용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 충분히 환영할만한 일이죠. 왜냐하면 그 속에는 그래도 태고 적의 지혜가 일그램은 충분히 들어 있기 때문이죠. 국가의 보복은 결코 복수가 아니며 기하학이라고 할 수 있죠.


에코: 저도 결코 과거의 지혜를 무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법에 대해 그처럼 엄격하고 초인간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계시며 국가에 의해 지시되는 죽음을 살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의가 균형을 잡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것 같으신데, 만약 국가가 제비를 뽑든지 아니면 순번제로 하건 살인자를 죽여버리기 위해 당신을 선발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겠습니까?


렌초: 거부할 수는 없겠죠. 그리도 제 영혼은 편안할 것입니다.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사람은 동시에 공동체가 명령하면 자신의 손으로 집행해야 합니다.


에코: 그러면 살인은 아니지만 살인 못지않게 소름끼치고 무시무시한 범죄행위는 없다는 말씀 아닌가요? 만약 어떤 사람이 당신의 아들을 죽이는 대신 야만적인 방식으로 남색행위를 해버려 평생동안 그것이 큰 상처로 남게 되는 경우 어떻게 하겠습니까?


렌초: 최악은 아니지만 앞에서 말한 범죄행위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참으로 끔찍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죠.


에코: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는 식으로 복수하는 원칙을 따르자면 그 사람에게 그렇게 야만적인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해야 하지 않나요.


렌초: 그렇죠. 만약 그렇게 물으신다면, 분명히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에코: 그리고 만약 제비를 뽑는 방식으로든 순번제로 하든 국가가 범인에게 그러한 방식으로 폭력을 행하라고 요구한다면, 어때요. 자신이 그러한 일을 하도록 다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렌초: 맹세코! 하지만 저는 결코 그따위 괴상망측한 짓을 탐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에코: 하지만 그래도 당신은 사람죽이는 일을 탐하는 흉악범으로 몰리지 않겠습니까?


렌초: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마십시오. 두번째 행동은 저에게도 구역질나고 매스껍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에코: 그렇다면 첫번째 행동은 만족감과 함께 새디즘적 기쁨을 준다는 얘기인가요?


렌초: 제가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마치 제가 말하기라도 한 양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을 죽이더라도 저는 제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 반면 욕지기가 나는 행동을 실제로 해야 하는 경우에는 구역질나고 매우 고통스런 것이 사실이죠. 국가는 범인을 응징하기 위해 제 스스로 그러한 악행을 저지르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에코: 다른 말로 하여, 수단으로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씁입니까?


렌초: 아, 아닙니다.


에코: 하지만 아무튼 당신은 산 사람을 죽임으로써 그를 다른 사람들에게 경계삼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렌초: 예. 하지만 그는 살인을 했으므로 다른 사람보다는 훨씬 더 인간 이하의 말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 않은가요?


에코: 아닙니다. 다름 아니라 바로 아무 꺼리낌없이 살인자를 인간말종으로 간주하려드는 사람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막 착상된 태아에 불과하다고 해도 사람은 사람이니 어쩌니 저쩌니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유산에는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완전히 모순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시죠?


렌초: 완전히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으시는 것 같군요. 그러면 정당방위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에코: 두 사람이 싸우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고, 다른 사람은 가능하면 공격하는 사람을 죽이지 않고 폭력적 행동을 피하려고 하는 경우, 또는 이와 다른 힘으로 폭력적 행동을 저지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정당방위가 성립하죠. 이러한 경우 무죄인 사람의 권리가 유죄인 사람의 권리보다 선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유죄인 사람을 사형에 처한다고 더 이상 그러한 행동이 일어나는 것을 저지할 수는 없죠. 다시 한번 이야기 하겠는데요. 그를 단순히 수단으로 이용할 뿐인 셈이죠. 그리고 인간이하의 말종도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일단 인간을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 국가의 기반이 되는 사회계약의 토대가 위태롭게 되죠. 그리고 낙태문제의 경우 인간을 죽이는 것을 허락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태아도 인간인지 아닌지 그리고 자궁 내에 이제 막 착상된 무정형의 배에 불과하지만 이미 사회계약의 법칙에 따른 주체로 대해야 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어머니의 육체의 일부로 보아야 할지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한 것같습니다.
하지만 사회계약에 따르면 살인자도 모든 측면에서 하나의 인간입니다. 만약 귀하가 그를 인간이하의 말종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아마 내일이라도 과감히 나서 사형을 촉구하는 사람까지도 인간이하의 말종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사악한 생각에 물들지 않도록 그들마저 죽여버릴 것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렌초: 그렇다면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에코: 혹시 한번 성에 칩거하고 있는 돈 로드리고가 스페인의금화를 베르가모로 밀수입하고 '그 노인'을 사주하여 사람을 납치하도록 해 몸값을 울거냄으로써 폭주광들의 마피아를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렌초: 그래서, 만약 제가 그러한 사실을 적발해 냈다면요?


에코: 그럴 경우 귀하는 '그 노인'이 돈 로드리고에게 본보기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노인을 단두대에 올려 죽여버린다고 해서 당신의 어린 아이의 목숨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될테죠.


렌초: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그에게 겁을 줄 수 있을까요?


에코: 압제자를 죽여 버리면 되죠. 하지만 그건 다른 주제죠.


재밌는 글인데... 페이지뷰를 보면 클릭해서 읽는 인간이 별로 없다는. OTL



by june | 2008/03/25 14:13 | 나와 마을 | 트랙백(2)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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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초록불의 잡학다식 at 2008/03/26 11:34

제목 : 뭐라 해야 할까요?
커뮤니케이션이란 일련의 오해의 연속이라 june님 포스팅에 링크 핑백 온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사실 june님의 마지막 비밀글에는 조금 어이가 없어서 답글도 달지 않았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의 리플에 리리플을 다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런데 비밀글로 단 리플을 스스로 공개해 놓으시고 제게도 크게 오해를 하는 모양이니 뭔가 쓸 수밖에 없겠습니다. june님은 자신이 ......more

Tracked from decadence in.. at 2008/03/26 17:43
Commented by nadia at 2008/03/25 16:21

민주화운동과 사형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때의 폭군들을 사형집행해서 저세상으로 보낸 것도 아닌데.
Commented by june at 2008/03/25 23:31
큰딸이 제게도 문제가 있대요. 그런 질문은 왜 했냐 그거죠. --

나야 전공이 교육학이랍시고 정신병원, 학교, 교도소가
내 직장이 될 수도 있었던 일이니 남의 일 같지 않고
사형집행인에 대한 그런 질문이 심각하게 가능했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그 일이 소잡는 일처럼 생각됐을 수도 있겠구나...
반성하려다가 말았습니다.
저분의 아내분은 선생이라니까 교육학을 전공이든 부전공이든 했을테니
물어만 봐줬음 대답을 알았을 일을... 안 물어봐주고 화내는구나 섭해서. :)
Commented by 얀 웬리 at 2008/03/26 17:02
사형폐지요?..피해자의 감정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십년은 넘은 일인지는 잘모르겠으나,(기억력이 좋지 못한것도 있지만)--검색해보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우리 어머니가 아셨던 분이 집에 와 계신적이 있지요...(어머니 종교가 불교라 포교당에서 만나신분 입니다)

한날은 그 아주머니는 보는데 낯색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살짝 어머니께 물어봤더니 고개만 절레 절레 흔들시더니, 그분이 나가시고 난뒤에 말씀해주시더군요..

그 분 아들이 하나 있는데(그 집 환경이 참 불우 했던걸로 기억됩니다)좀 사고를 치고 다니는 그런 아들이었죠..

그런데 그놈이 친구집에서 놀다가 그날은 그 집에서 잤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친구가 나간사이 그 집돈을 훔치다가 그 집 엄마께 발견됐던 모양입니다..

무려 칼로 13번인가를 찔러서 죽였던 끔찍한 일이 벌어졌죠...

그 피해자 집안에 아들이 둘 이었던 모양인데,하나는 그 가해자의 친구고 한명은 그 집 큰아들로 군에 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후 그 집 아들 둘이 아른아름 알아서 울집에까지 찾아왔는데(그때 잠시 울집에 와 계셨죠,그 아주머니가)

그 아주머니께 하던 말이 생각나던군요...(그때 아마 검찰은 미성년이고 우발적 법죄라서 십몇년을 구형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나는 아주머니께는 감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댁 아들은 절대 용서 할수 없습니다..

형을 살고 나오더라도 전 당신 아들을 반드시 죽일 겁니다..

미리 사과드립니다....

옆에 쭈빗쭈빗있는 가해자 친구였던 아들은 형한테 맞았는지 얼굴이 엉망인 상태에서도 자신도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그 몇년후 그 일에 대해 어머니께 다시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몇년이 지나고서도 그 아들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더라는 말을 듣었습니다...

유교적입장에서 본다면야 불구지 대천이라 같은 하늘 아래에서는 살수가 없겠죠 ..

그런데도 만약 그와같은 일이 저에게 일어난다고 해도 저도 같은 생각이지 싶습니다...

저 애가 나오면 또 한번의 살인은 행해지겠죠...

과연 시형제도가 폐지 돼야할까요?...
전 의문스럽 습니다..

국가가 사형을 선고한다면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물론 국가에 의한 살인 이겠지만)

그후의 소식은 우리집이 이사하는 바람에 더들을 수 없었습니다...(당시 기장에 살았으니 부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피해자 가족의 감정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왜 나는 피해자 가족의 감정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시 해야 하는지를 잘모르겠군요...
Commented by intherye at 2008/03/26 17:47
좀 장난스런 트랙백을 보내서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린 게 아니라면 좋겠습니다.
제 트랙백을 지우신다면 불편해 하시는 걸로 알고 저도 이 게시물로의 링크를 끊겠습니다.

ps. 수정을 했더니 본의 아니게 같은 트랙백이 두번 갔습니다.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nadia at 2008/03/27 04:53
그 트랙백의 , 그림, 혹시 절망선생인가요?

+

전에 지인이 영화감상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누군가 남녀차별적 발언이라면서 덤벼 들고 , 그걸 또 추천해서 이오공감에 올려서 난장판이 된 적이 있어요 덧글이 백개가 넘게 달리고.

너무나 전투적인 할일없고 쉽게 분개 하며 생각없이 글을 적는 젊은이들이
달려 들어서 보는 내가 머리가 어질어질 했었답니다.
계속 물고 늘어져서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어서
궁금해져서 타고 들어가 보니,
"교육계"에 종사하는"프리랜서"이고 본인을 "마초"라고 칭하는
어린 ,
여자였어요.
그러니까 과외선생.

그냥 의욕이 상실되더라구요.

본 글을 잘 안읽고 ,
눈에 보이는 것만 읽고 ,
생각을 머릿속에서 정리하지 않고 ,
적어 대면서 , 뭔가 쌓인것을 해소하는 것 같았어요.


사형집행인의 입장에 대한 생각, 을 적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덧글은 왜 피해자 가족의 "감정"인것인가.를 생각해 보니.


21세기의 블로깅은
아마도 온라인게임의 일종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Commented by intherye at 2008/03/27 15:53
꽤나 떠도는 그림이라 출처를 정확히 알고 쓴 건 아닙니다만, 듣기로는 절망선생이라는 만화의 일부가 맞는 것 같습니다. 수정 전의 원래 대사는 "애니메이션은 좋아하지만, 오타쿠는 아니라구요!!!"였습니다.

당장 주변의 사형폐지론자들에게조차 눈꼽만큼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사형수나 사형집행인에게 공감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큰 무리겠죠. 분노하는 피해자 가족만 제멋대로 골라잡아 공감해줄 줄 아는 것만으로도 장한 일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합니다.

특히나 자기 판단의 어디까지가 이성의 귀결이고, 어디서부터가 감정의 발로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그럴 듯한 글솜씨까지 갖추고 나면, 그런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던 까마귀떼들마저 주변에 들끓게 되는 것 같아, 보기에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슬퍼집니다.

가끔은 맞서 싸워야만 할 때, 욕해야만 할 때, 시비 걸어야만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도,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농담만 일삼는 저로서도, 블로깅을 어느 정도 게임처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슬픈 일을 두고 재미있어만 하는 세상 풍경에, 슬픈 농담 하나만이라도 보태보고자 할 뿐이라고 변명해 봅니다.
Commented by june at 2008/03/28 12:03
in/ 좀 뜬금없지만...




친필사인 들어간 사진 한장에 줄 섰으니 기억해주세요. --

Commented by june at 2008/03/28 21:02
커뮤니케이션이란 일련의 오해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지만
종교와 예술과 윤리의 문제에는 입 다물라.
비트겐슈타인이 그랬다죠... --

셋에 관한한 각자가 살고있는 차원과 우주자체가 다르니
서로가 서로에게 외계인일거라는...
Commented by intherye at 2008/03/29 14:54
헉, 전신 브로마이드라도 보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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