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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12일
지금 있는 가게의 손님층은 중하, 중중류층의 백인과 일부 스패니쉬가 90%쯤 되고
10% 정도가 블랙. 주 폴리시는 essie 제품이고 OPI는 사이드. 가게에는 대충 500여 개의 매니큐어 색깔이 있다. 원래 낭만주의의 산물인 취향이란 말에 약간 거부감이 있긴 했지만 네일생활 4년 만에 개성이니 취향이니 하는 말에는 콧방귀도 안 뀌게 되더라. 취향? 개성은 무슨 개뿔. 70%의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폴리시는 10개 안팎이다. 나머지도 20색을 넘기 힘들걸? 분홍계통으로 sugar daddy, mademoiselle, ballet slippers, limo scene, spaghetti strap. 흰색으로 marshmallow, waltz. 붉은색으로는 after sex, fishnet stockings, really red 정도. 이 색깔들 자체가 아주 이쁘긴 하다. 그런데 말이다 절대시력이 아닌 다음에야 나머지 490개 색깔도 고만고만한 색깔인데 비해 유독 저 색깔들만 선택된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가장 많이 선택되는 색깔을 셋만 고르라면 단연코 ![]() ![]() ![]() sugar daddy, ballet slippers, limo scene 셋이다. 이름들이 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냐? ballet slippers가 어울리는 몸매에 sugar daddy가 사준 limo scene을 타는 거. 이거야말로 여자의 로망이라는 느낌이거든. -- 예전 가게 손님 중에 카렌도 생각난다. 한여름 동안 카렌이 줄기차게 바르던 색은 오렌지색 life saver 였지. 얼마 뒤에 살이 확 빠져서 나타난 카렌에게 살 빠졌다고 했더니 비결은 이혼이라고 말하더라. 카렌은 더는 life saver를 바르지 않았다는 건 사족이고. 매니큐어 색깔의 이름에는 그녀들의 꿈과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투사되어 있다는 말이지. 색 선택에 있어 이름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버지'가 되겠다. 그나마 색에 자유로운 건 꼬맹이들인데 꼬맹이들이 선택하는 온갖 잡다 구리 한 색들을 냅두는 엄마보다는 말리는 엄마가 더 많다. 말리는 엄마들 말씀은 딱 한마디다. '아빠가 싫어하셔' '아빠가 싫어하셔.' 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댕하니 머리를 쳤다. 아버지는 진짜로 집에 계신 아버지일 수도 있고. 집단일 수도 있고 사회일 수도 있다. 사내아이들이 네일가게 소파에 앉아 게임에 열중하면서 착한 아이라고 칭찬받는 반면에 여자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색조차도 바르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그녀의 부모가 속한 계급 혹은 사회가 요구하고 인정되는 미덕을 주입받게 된다. 그 이름 분홍색. 무서운 건, 그게 엄마라는 이름의 '같은' 여자에게서 그 '순종'을 교육 받게 된다는 거야. 사회의 첫 번째 희생자는 누가 뭐래도 남자다. 그 희생물의 희생물은 여자고. 엄마라는 존재가 '스스로 이름 붙이는 자'가 되지 않으면 여자들의 앞날은 쭈욱 그럴 거야. 희생물의 희생물. '아빠가 싫어하셔'는 나도 자주 쓰는 말인데 나야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고학력 백인일수록 색 선택의 폭은 좁아지는데 설상가상 나이까지 더해지면 결국은 '넌더리나는' fed up 으로 결론나는 걸 보게 된다. ![]() 살면서 손톱에 색칠을 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색이든 말든 그런 건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해.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색깔이 있다는 가정하에 그 색을 찾는 건 아마도 평생의 모험이 될 거야. 그 과정 중에 어떤 색을 만나게 된다면 sugar daddy, after sex 이런 천하에 낯간지러운 이름 대신 나만의 예쁜 이름을 붙여주는 거다. 예를 들면... Hal9000 이나 비블브락스? 이건 아니고. -- 1. 대명사 '아버지' 눈치 보지 말고 색깔을 선택하되 2. 나만의 이름을 붙이고 3. 드디어 손톱에 색깔을 바르고 나면. 그래도 하나가 남는다.-- 매니저가 내 발톱을 보더니 그러더라. ![]() 매니저야 비웃느라 한 얘기지만 내게는 그 자체로 최고의 칭찬일 뿐이고. 이게 참 또 따지고 보면 천하의 딥블루에 칸딘스키와 클레와 몬드리안이 심취했던 신지학과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개념 발톱이잖냐. 이건 농담이라 치고. 솔직히 장난질일 뿐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자신의 선택에 누가 뭐라든 의기소침하지 않을 자신감과 당당함은 개념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무슨 색이든 옷도 마찬가지지만 입고 바른 놈이 당당하고 자신감 있으면 옷이나 색은 저절로 살아나는 법이다. 이건 한국인 처자들이 매니큐어 색깔 고르느라 사람 진을 다 빼고 가서 홧김에 하는 블로깅이 절대로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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