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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8일
대중소설을 두 번 읽기가 쉽진 않다. 레싱 할머니를 제외하면 SF라도 두 번 읽는 법은 거의 없었다. 이 책은 두 번 읽었다.
![]() 폴 크리스토퍼, '렘브란트의 유령' (중앙books) 2008 1. 처음 본 건 대중문화 소비자로서의 작가다. 스타트랙, 캐스트어웨이,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을 보고 머핀과 치즈버거를 먹고 존 웨인과 커트 코베인과 조니 뎁의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좋아하고 특히 대중 문학에 심취한. 영국에서 산다는 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세상에서생활하는 것과 거의 흡사하다고 핀은 생각했다.p17 작가의 대중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 대목에서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로빈 후드와 마이크 해머 Mike Hammer (추리소설가 미키 스필레인의 소설에 등장하는 터프한 사립탐정)를 합친 듯한 인물이라고 할까요? 미국 문학에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악당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혈기왕성한 미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간절히 닮고 싶어 하는 인물일 겁니다. <플레이보이>지가 얼씨구나 하고 실을 만한 사람이죠. 그는 시대 상황이 낳은 인물이고,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죠. 그는 다니엘 분과 데이비 크로켓, 존 웨인, 허클베리 핀, 그리고 톰 소여를 몽땅 다 합친 듯한 사람이었어요. 위대한 미국의 최후의 모험가이자 영웅적 자질이 없는 최초의 주인공이라고나 할까요?p29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는 이 선에서 남성을 위한 펄프 픽션과 여성의 로망인 칙릿을 아우르며 그려지는데 모델 같은 몸매와 길고 붉은 머리카락, 거기에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를 가진 아일랜드인의 얼굴. 여 주인공, 핀 라이언. 남자는 눈이 아찔할 정도로 잘생겼다. 텁수룩하지만 옅은 금발과 햇볕에 탄 갸름한 얼굴, 몸매는 마치 올림픽 수영선수 같았다. 나이는 핀보다 약간 더 많은 30대 중반쯤으로 보였고, 해리 포터가 썼던 단순한 모양의 철테 안경 너머로 커다랗고 푸른 눈동자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남자 주인공인 빌리 필그림이다. 한 사람은 뉴욕대학교 인류학 학사와 미술사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한 사람은 옥스퍼드 대학 졸업 문학 박사인데 엘리자베스 여왕과는 친척이 되시는 공작 각하이시다. 소설 초반 주인공 캐릭터에서 받은 인상이 너무 강해서 젠장 한 시간이면 다 읽겠구나 방심했던 것도 두 번 읽게 되는 결과에 일조했다. ![]() Rembrandt Van Rijn, 'Christ In The Storm On The Sea Of Galilee'. 1633. oil on canvas 160x127cm, stolen 1990. Isabella Stewart Gardener Museum 그리고 표지의 다음 장에는 1990년 보스턴 Isabella Stewart Gardener Museum이 베르메르와 함께 도둑맞은 12점 중의 하나인 갈릴리 바다의 폭풍우라는 그림이 좀 뜬금없이 들어 있다. ![]() 이건 원서의 표지다. 상단부의 펄프 아트와 하단부의 렘브란트. 소설의 형식과 분위기, 모티브까지 잡아내서 한 장에 담았다. 2. 이 소설의 두 번째 묘미는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한편의 역사서로 읽힌다는 것. 작가가 근세사 교수라네. 애초에 정화가 있었다. 옛날에, 정확히 말하면 14세기 후반에 중국의 북부 윈난성에서 정화鄭和라는 이름의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지. 그는 무슬림이었고,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성주의 하급관리였네. 명 왕조가 윈난 성을 정복하자, 정화는 포로로 끌려가서 거세된 다음 노예가 되었지. 그는 베이징의 조정에 환관으로 들어갔어, 하지만 얼마후에는 군대에 강제로 징집되었지. 덕분에 그는 전쟁에서 공을 세우게 되었고. 이후로 그는 눈부신 승진을 거듭했으며, 전국적으로 이름이 높아졌지. 말하자면 중국판 버나드 콘웰Bernard Cornwell의 리처드 샤프나 포레스터 Cecil Scott Forrester의 혼블로워Horatio Hornblower라고나 할까? 나중에 정화는 해군 제독의 지위에까지 올랐어. p299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해. 정화 제독은 일곱 차례에 걸쳐 위대한 원정에 나섰는데, 그 마지막 7차원정이 1433년이었어요. 함대는 수백 척의 선박으로 이루어져 있었죠. 출항할 때에는 도자기와 비단을 실었고, 회항할 때에는 황금과 보석, 상아, 향신료를 싣고 돌아왔어요. 여러차례 허리케인을 만났고, 난파된 선박도 있었다는 보고가 남아 있죠. 여기 이 황금상은 빌렘 판 부하르트가 플라잉 드래곤호를 타고 항해를 떠났을 때 그 난파선 중 하나에서 발견한 것일 수도 있어요. 이거 정말 기막히게 멋진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p178 기막히게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빈 멘지스는 1421- 중국이 세상을 발견한 해 (The Year China Discovered the World) 에서 정화가 콜럼버스보다 50년이나 먼저 미대륙을 발견하고 세계 일주를 했을 가능성과 당시 정화의 지도로 콜럼버스나 마젤란이 신대륙을 찾고 해협을 거쳐 태평양으로 나갔다고 주장해. 근대 서양의 제국주의를 가능하게 했던 지리상의 발견에 시발점이 된 중국의 난파선. 그리고 바야흐로 네덜란드 선원과 배의 시대인 17세기. 제국주의가 기세를 펼 당시 우연히 난파선의 존재를 알게 된 네덜란드인 빌렘 판 부하르트는 200여 년 전의 중국 보물선을 따라 잃어버린 섬을 찾아 나서는데 그 배의 이름은 플라잉 드래곤이다. Vliegende Draeack. 소설속 부하르트와 비슷한 시기인 1656년 네덜란드에서 동인도 자카르타를 향하다 목적지를 3마일 앞두고 실제로 침몰한 배의 이름은 Vergulde Draeck (Gilt Dragon)이고. 그 와중에 보물상자와 함께 사라진 생존자의 이야기가 전설로 남은 배다. 사실과 허구가 실재와 환상이 교묘하다. 예를 들면 렘브란트가 그렸다는 부하르트의 초상화 말이다. 빨간색의 벨벳 블라우스를 입고 깃털 모자를 쓴 - 네덜란드 자치 시민의 전형적인 차림새를 한 중년 남자의 모습이었다. 중년 남자는 테이블 세트 곁 휘장이 쳐진 곳에 서 있었다. 테이블에는 이국적으로 보이는 여러가지 조개와 초기의 육분의, 황동제 항해도구 몇 점이 펼쳐져 있었다. 남자는 장갑을 낀 한 손에 색이 바랜 송아지 가죽으로 장정된 책 한 권을, 다른 한 손에는 바구니 모양의 손 보호막이 달린 화려하고 가는 양날 검을 들고 있었다. 상당히 떨어진 왼쪽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박힌 매우 좁은 창을 통해 강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p90 글만 봤을때 처음 생각난 그림은 렘브란트가 아니고 홀바인이었다. 대사들. ![]() Oil on wood, 207 x 209.5 cm. National Gallery, London 그런데 홀바인의 이 그림은 지젝의 얼룩으로 유명한 그림이다. 두 대사의 발 아래 부분의 오점은 해골이다. 이 그림은 정면에서 비켜 45도 각도에서 삐딱하게 흘겨보면 얼룩이었던 해골이 윤곽을 드러내는데 해골을 보고 알게 되는 순간 테이블 상단의 과학과 하단의 예술, 두 대사님을 포함한 세속적인 모든 것들이 그저 덧없어지고 마는 것이지. 폴 크리스토퍼는 보물섬을 찾아 떼부자가 된 부하르트의 초상화가로 렘브란트를 지목했다. 렘브란트는 초상화 영역에서 해골에 해당하는 화가야. 진실이 무엇인지 보여주거든. ![]() 그리고 문화와 문명에 관한 쓴웃음. 그의 머리 위쪽으로는 이것을 많이 먹으면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는 당근 박사의 광고가 붙어 있었다. 당근 박사의 광고 옆에 또 다른 포스터가 있었다. 선원 모자를 쓰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셔츠 소매를 둘둘 말아 올린 건장한 사내의 흑백 그림이었다. 그의 어깨에는 거대한 망치가 그려져 있었다. 그는 마치 부두의 하역 인부나 되는 것처럼 근육이 울퉁불퉁했다. 그곳에 적힌 메시지는 전선에 나가 있는 군인들을 돕자는 것인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 정도의 근육을 가진 남자라면 심장에 이상이 없는 한 자신이 전선에 나갔어야 하는 것이다. 덧붙여 심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깨에 망치 같은 것을 그려 넣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이 곳이 바로 드림웍스 프로덕션이 렌 데이턴 Len Deighton의 소설 'SSGB'를 촬영하는 세트장임을 플래카드를 보고서야 핀은 알게 되었다. p103 근대성의 한계와 같은 여러 인물들과 에피소드. 빠른 템포의 우여곡절 끝에 드러나는 보물섬의 진실로 현실은 판타지가 된다. 참아야만 하는 현세의 가벼움으로 가볍게 마무리. 당신의 친구인 슈니가르텐 교수가 교묘하게 위장한 화폭을 벗겨내고, 그 밑에 숨어 있는 렘브란트의 진품을 찾아냈을 때, 난 어떤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우리가 빌렘 판 부하르트의 재산을 찾아내고, 그 돈으로 멋진 탐사선을 한 척 사서 7대양을 주름잡으며 파묻힌 더블룬과 해적들의 보물을 탐사하며 모험을 즐기는 거였어요. 난 이름도 지어놨었다고요. '보물 수색자 Treasure Seekers!' 우리가 한 항해에 관해 TV다큐멘터리도 제작할 생각이었어요. 당신네 미국인 자동차 경주 선수처럼 스폰서도 마련해뒀죠. 어떤 프랑스 와인 회사는 평생 동안 와인을 공급해주기로 했고, 헤어 젤과 치약, 그리고 고급 승용차 등등도 협찬받을 생각이었어요. 앵무새도 한 마리 사서 플린트 선장이라고 이름을 붙일 생각이었죠. 조니 뎁에게 심해 고기잡이에 우리랑 함께 갈지 물어볼 생각도 했었고요. 누가 알아요. 진짜로 함께 갈지? 여러모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책이다. 재밌기까지 하니 금상첨화. 이건 Tip. 포기니는 17세기에 살았던 피렌체 사람이에요. 이 사람은 조각을 하던 미술가였지만, 지금은 그림 액자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됐어요. 이처럼 금박을 칠하고 화려한 장식을 많이 한 액자로 말이에요. p75 Giovanni Battista Foggini (Italian, 1652–1725)의 액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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